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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본 키보드에 DIY라니?!
내가 Novice68에 원했던 것은, 건전지를 넣고 동작하는 3-way 방식의
휴대용 키보드였지. 커스텀 키보드처럼 모든 걸 뜯어 고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불량품을 받아버린 나는 결과적으로 그냥 버리긴 아까웠던 Novice68을
DIY해서 살려보기로 했다.
뭐 DIY라고 해봐야, 스테빌 윤활하고, 흡음재 까는거 정도지만 말이다.
외형
일단 DIY 재료가 될 불량한 Novice68의 외형을 살펴보자.
100위안, 즉 15달러 치고는 마감도 상태도 나쁘지 않다.
68배열 핫스왑 기판만 그정도 할 거 같은데 말이다.
후면에는 On - Off 스위치가 있고, 높이 조절 다리가 있는
평범한 플라스틱 하우징 키보드이다.
그리고 믿음과 신뢰의 배터리 넣는 슬롯까지 완벽!
배터리 슬롯을 열어보면 무선 동글이 내장되어 있다.
이걸로 2.4Ghz 무선 연결까지 가능하다.
100위안 주제에 유선 연결, 2.4Ghz 무선연결, 블루투스 연결까지 된다니!
이 제품은 특이하게도 보강판과 기판 사이에, 일명 '폼떡' 키보드에서 많이 쓰는 Poron 같은 흡음재가 아닌,
실리콘을 흡음재 및 완충재로 사용했다.
그래서 가스켓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스켓처럼 소리가 균등한 편이다.
스페이스 바에도 깨알같이 실리콘 한 줄 씩 넣어 줬다.
개조할 시간 1 (녹 제거 및 재도장)
이전에 말했다시피, 얘는 보강판 도장이 벗겨지면서 녹이 생겼다.
여기 위에 그대로 페인트를 올려봐야, 제대로 붙지 않고 또 떨어질게 뻔하니까
줄, 일명 야스리로 녹 부분을 갈아냈다.
그런 다음,
공장에 굴러다니는 흰색 도장용 페인트로 대충 찍어발랐다.
어짜피 스위치 끼우고 키캡 끼우면 보이지 않을 자리라
대충 녹 부분만 덮었다.
이걸로 재도장은 클리어!
개조할 시간 2 (흡음 작업)
이 녀석의 가장 치명적인 불량인, 점착식 흡음재의 누락은
내 소중한 인건비를 팍팍 쓰게 만드는 원흉이었다.
어쨌든 없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만들어야지 어쩌겠는가!
기판을 다 들어내고, 언제적 사뒀는지 기억도 안나는 Poron 흡음재 짜투리로
이래저래 대충 재단을 해서 맞춰서 채워 줬다.
원래는 배터리 부분도 다 덮었었는데, 왠지 모를 미묘한 찝찝함에
그 부분은 잘라내고 채워주웠다.
더 꽉꽉 채우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기판이 하우징에 깊게 들어가서
이 이상 채우니까 기판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채웠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마스킹 테이프로 기판 테이핑 작업도 해줬다.
난 솔직히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다들 소리가 정갈해진다고 하니까
어짜피 여기 붙일 점착식 흡음재도 없겠다, 냅다 테이핑 해보았다.
생각보다 이쁘게 잘 된듯...
처음에 테이핑 작업하고 기판을 넣었는데, 아무리 해도 기판이 들어가지 않아서
왜 그런가 봤더니, 나사홀을 안 뚫었더라. (.....)
그래서 다시 뚫어주니까, 잘 들어 갔다.
개조할 시간 3 (스테빌 윤활 작업)
이렇게 한 다음, 가조립 해보니까 스위치 소리는 꽤 정갈해지고
통울림도 어느정도 억제가 되었는데, 스테빌이 아주 찰찰 거렸다.
특히, 스페이스바와 엔터키 쪽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고인물들은 스테빌 수평도 잡고 한다는데,
난 거기까지 하긴 귀찮았고, 하나 빼서 보니까 수평도 나쁘지 않아서
스테빌 윤활만 했다.
당연하지만, 딱히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글이 없어서,
글 재주 없는 내가 대충 한 번 써 본다.
스테빌을 보면 위쪽에, 이런식으로 누를 수 있는 돌기가 있는데
이걸 핀셋 같은 걸로 눌러 주면,
이런 식으로 스테빌이 빠진다.
귀찮다고 스테빌이 고정된 상태에서 윤활 해봐야, 잘 안되니까
이렇게 스테빌은 빼서 윤활하는 편이, 두번 일을 안한다.
빼기도 보시다시피 매우 쉬운 편이고...
이렇게 스테빌을 완전히 분리한 뒤, 철심 부분을 빼서 철심 양 끝과
스템이라고 불리는 철심이 삽입되는 플라스틱 사출 안쪽에 윤활을 하면
스테빌 수평이 어느정도 잡혀있다는 가정 하에, 찰찰 거리는 소리가 매우 많이 좋아진다.
개인적인 취향으론 좀 먹먹해지더라도 과윤활 하는 편이라서, 난 꽤 윤활제를 많이 썼는데,
과윤활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건 취향에 따라 하면 될 거 같다.
난 찰찰거리는거보다 차라리 먹먹한게 나은 쪽이라서...
완성
이렇게 내 소중한 시간을 갖다 박아서,
불량품 판정 받고 미회수 환불 처리된 키보드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후우...난 이렇게까지 키보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그냥 Hi75 때 처럼, 스위치랑 키캡만 이쁘게 끼워서 쓰고 싶었는데,
결국 DIY 를 하고야 말았다.
마치며
원하던 원치 않았던, 이렇게 손이 많이 가니까, 통울림도 많이 잡혔고
스테빌 찰찰 거리는 소리는 싹 잡혀서 만족은 한다.
스위치는 갤럭시 100에서 뽑아낸 한백옥축을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용한 곳에서 쓰긴 좀 시끄러운 축이다 보니,
오테뮤 저소음 축을 구매해서 꽃아야겠다.
어찌되었든, 큰 비용 안들이고 휴대용 무선 기계식 키보드 하나를 또 만들어 냈다.
이제 키보드는 작작 사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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